3인3색 스토리

초딩의 발렌타인데이

레드08 2023. 2. 15. 17:32

어제는 발렌타인데이.

2월 14일은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초콜릿을 선물하여 그동안 감춰왔던 내 마음을 수줍게 드러내는 날.

한 달 뒤,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대학수능 합격발표날 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거지.. 저놈이 사탕을 줄지 안 줄지.. 해년마다 초콜릿을 준비하며 투덜거렸지. 왜 발렌타인데이가 먼저냐고.. 여자가 고백 먼저 받고 주면 보기에도 좋고 맘도 편하잖아. 한 달 동안 피가 말라요~
발렌타인데이는 필히 남자가 만든 날일 거야~ 것도 모쏠이(모태솔로) ~
(참고로 유래는 알고있으니 잘난척은 사양하겠다.)

이렇게 X세대인 내가 아는 발렌타인데이는 몬가 추억이 있고 설렘이 있는 꽁냥꽁냥한 느낌인데..

바이올렛의 발렌타인데이는 어땠는가?..

급하게 밸런타인데이란 걸 안 바이올렛.
4, 5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스카이에게 초콜릿을 줄 거란다.

스카이로 말하자면 바이올렛의 로블록스게임 친구다. 게임친구라 자주 대화를 했던지 5학년때 잠깐 여자친구들 사이에 스카이와 사귄다는 뜬소문이 났고 이에 바이올렛이 크게 노하여 그냥 성별이 다른 남자친구라며 입조심을 시켰던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사건의 주인공에게 초콜릿을 준다고?
이건 디스패치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해 쐐기를 박는 거랑 모가 달라.

살며시 걱정되어 물어봤다.
“왜 주는 건데..”
“나한테 잘해주니까.. 내가 좋아하는 쿠로미볼펜도 나 준다고 사놨다고 하고.. ”

그랬다. 말은 안 했어도 백퍼, 찐으로 스카이는 바이올렛을 좋아하고 있다. 잘잘구리 사건이 있었지만 큰 사건을 말하자면..

4학년 때 바이올렛은 스카이에게 바이올렛의 이름이 각인된 파카샤프를 선물로 받았더랬다. 아무 날도 아닌 아무 이유 없이.. 병맥주에 까까 몇 개도 아니고 130년 전통의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PARKER를.

그런데.. 이런 소스윗 스카이는 우리 바이올렛에게 단지 성별이 다른 남자친구일 뿐이라니.. 안타깝구만..

바이올렛이 스카이에게 초콜릿과 함께 줄 카드에 쓴 내용을 흘깃 보았는데.. (미안)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래.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 고마워서 준비해 봤어. 맛있게 먹어.”

바이올렛에게 발렌타인데이는 사랑고백데이가 아니라 감사한 친구에게 고마움을 선물하는 날인 거였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키스데이.. 등등 매년 달마다 14일을 기념일로 정한 상술데이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이제 점점 사라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어렸을때부터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경제교육을 받고있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다. 참으로 똑똑하다. 자기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할때는 부럽기까지하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까짓 져주겠다.

오늘도 어린 너에게 한수 자알~ 배웠다.